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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Books

(책) 후불제 민주주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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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저 | 돌베개 | 200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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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 1조는 이렇게 말한다.

1.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는 무엇보다 먼저, 만인이 신봉하는 것처럼 보이는 명제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질문할 수 있는 자유이다. 그래서 묻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정말 국민에게 있는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고 목격하는 모든 권력은 정말로 국민에게서 나온 정당한 권력인가? 대힌민국 헌법을 처음 읽어본 이후 3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그렇다는 확신을 얻지 못햇다.

이러한 말을 시작으로 헌법의 당위에 대해서 헌법의 조항을 하나씩 들어 살펴보고 이 후는 한국 정치 전반에 관하여 유시민의 정치경력 (국회의원, 장관 등)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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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선했던 부분이 '정치중립' 파트로서 국회의 대통령 탄핵 사유로 든 공직선거법 제 9조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의 의미를 살펴본 부분이엇다.

공직선거법 제9조 ::
1.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 (기관, 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공직선거법 제9조는 처벌조항이 없다. 왜 그럴까? 처벌 조항을 만드는 게 법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 사회의 법률은 의도나 생각이 아니라 행위를 처벌한다. 공무원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면 그런 효과를 내는 어떤 행위를 해야한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제9조는 특정한 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선언적 훈시 조항이기 때문에 처벌 규정이 없다. 그래서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에게 선거 중립을 요구하는 '경고장' 밖에 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시민이 말하는 것은 이러헌 훈시적 조항인 공직선거법 제9조는 헌법 제7조의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말한다. 헌법 제7조는 정치적 중립은 공무원이 지켜야할 의무라기 보다는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공무원의 권리에 속한다. 헌법 제7조는 다음과 같다.

1.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2.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정확히 살펴보면, 정치적 중립은 국각가 공무원에게 보장해주어야 하는 가치이다. 공무원이 어떤 이유에서든 스스로 선거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당연히 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처벌을 받는다. 문제는 공무원 스스로는 원하지 않는데 누군가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도록,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강요하는 경우에 일어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헌법 제7조는 공무원 개인의 정치적 중립을 강제하는 조항이 아니라 국가권력이 공무원에게 정치적 편향을 강요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으로 보는게 옳다고 유시민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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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진보진영의 쓴소리로 유명한 인물이다. 참여정부시절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때문에 떠들석한 기억도 난다. 이 책에서 유시민은 최장집교수의 현 대한민국의 정당정치의 문제의식과 진단에 대해서 동의하거나 제한적으로 공감을 한다고 밝히지만 최장집 교수의 문제 해결방안에 대하여 비판을 하기도 한다.
우선 최장집 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정부들이 경제정책 및 사회정책에서 권위주의 정부보다 더 신자유주의적이고 시장근본주의적인 경제 독트린과 정책노선을 추구하여 사회경제적 수준의 민주화를 퇴보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붕괴이후 세계의 모든 산업국가들이 개방화, 시장화의 길을 걷게 되고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 IMF가 강요한 금융 개방과 노동시장 규제 완화를 받아드릴 수 밖에 없어 그 때 이루어진 제도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반대하였다.
최장집 교수는 정당 체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진보적 정책 노선을 가진 민주적인 정당을 누군가 만들어 키우고 국민 속에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주장하며, 이에 대해 유시민은 실제 상황과는 크게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말한다. 최장집 교수가 말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열심히 해왔지만 성과가 별로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첫번째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소위 '진보적 정책정당' 역시 보수정당 처럼 이념적 편협함과 경직성이라는, 비슷한 질병을 앓고있다고 진단한다. 당 안팎에서 경쟁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도덕적 비난의 과격함과 자기성찰의 부족이 마치 이념적 투철함의 발로인 것처럼 통용되는 한 진보정당이 국민 속에 뿌리내리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동당이 참여정부시절 열린우리당과 차별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전력으로 삼았다. 정책적인 측면은 그러할 지언정 유권자 측면에서 바라보면, 과거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다른 어떤 정당보다 민주노동당을 좋아했다. 그런데 진보 정당에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실개천이 있고 열린우리당가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한강이 있다라며 대부분의 유권자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기 위해서 한강을 건너도록 한다. 게대가 강 건너에서는 참여정부에 쉴 새 없이 뾰족하 화살을 날리는데 누가 그곳으로 갈 엄두를 낼 수 있으며 이런 식으로는 진보 정당의 기반을 넓히기 어려울 거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주요한 내용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최장집 교수는 지역주의 정치 구도를 해소하는 다른 처방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진보적인 정책정당을 잘 발전시킴으로써 정당체제의 이념적 지평과 사회적 기반을 넓히면 된다. 더 나아가서는 지역주의와 선거제도가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도덕적으로 공격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유시민은 단연코 문제는 선거제도라고 주장한다. 진보 정당의 진출이 지체되고 약화된 것은 뚜렷한 지역주의적 정당 구도로 인해 사람과 자원과 아이디어와 표가 모두 두 거대 정당에 몰린 때문이다.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 선거와 비례대표 비율이 낮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도가 이런 현상을 유지시키는 엄청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정당 체제의 이념적 협애성이 지역주의의 위력을 키운 거시 아니라 지역주의적 정당 구도와 거대 정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선거제도가 한국 정당 체제를 보수 일색의 협애한 공간에 묶어둔 원인이며 제도적 환경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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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지막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동감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18대 국회의원 선거 때 대전과 충남지역에는 새로운 보수 지역당 또는 따라지 자민련이라고 생각한 '자유선진당'의 바람이 거셌다. 실제 대전에 투표권이 있는 내가 봤을 때도 누가봐도 뽑을 만한 인재라고 판단되는 (보통 경력을 많이 볼 수 밖에 없다.) 사람의 경우 대부분이 한나라당과 민주당보다는 자유선진당 후보로 나온다는 것이다. 소위말하는 똑똑한 인재의 경우 정치색보다는 자신이 뽑히기 쉬운 정당을 택하는 경향이 진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치색을 떠나 소위말하는 좀 잘나가는 인재가 대전/충청도의 경우에는 자유선진당, 경상도와 강원도의 경우에는 한나라당, 전라도에는 민주당에 몰리니 문제인 것이다. 서울 지역에서 정치를 바라보며 지역주의 정당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지역에 나오는 후보들의 선거홍보물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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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중 '악의 평범성'이라는 절에서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대니얼 골드하겐의 '히틀러의 자발적 사형집행인들',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를 통하여 "악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악한 상황이 선한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 라는 속성을 말하며, 특히 악한 행동을 만드는 요소는 '사람', '상황', '시스템'으로 악한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악한 상황을 만들어내면 선한 사람도 악을 저지르게 된다고 한다. 이는 유시민이 유명하게 된 계기이기도 한 서울대 프락치 구타사건에 대해서 나름 반성하면서 소개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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