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Books

(책)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by 우프 2013. 11. 23.
반응형

현재 회사의 과제회의 중 과제책임자가 격려 차원의 말로 "자신들의 전공과 유사한 업무를 맡는 것이 쉽지 않다. 자신의 전공과 유사한 업무를 맡은 만큼 행복하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라. 연구라는 것이 밤을 세워서라도 자신이 맡은 분야를 재미있고 열정을 가지고 해야한다." 뭐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였다. 당신은 6시만 되면 항상 퇴근하면서 밑의 연구원들에게는 초과근무를 강요하다 싶이 하는 말이 상당히 불쾌했었다. 그런 감정으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이 되는 듯하였다.

 

처음 이러한 제목을 접하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열정이라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이고 에너지를 듬뿍담긴 밝은 단어와 노동이라는 완전한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어를 서로 연결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이 어둡다기 보다는 자본주의가 노동자의 노동력 착취로 부를 쌓는 형태에서의 의미이다.) 즉, 꿈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권장되는 것만으로 생각되었지 열정이라는 이름 뒤의 추악한 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할까.


내가 이 책을 읽고 생각나는 단어는 '좁은 문'과 '희망고문'이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사회 소득구조를 승자독식 구조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의 성공이라 생각되는 자리는 매우 한정적이다. 세월이 지날 수록 이러한 자리로 가는 문은 더욱더 좁아지지만, 사회는 이 좁은 문만 통과하면 그 동안의 고생을 보상받고도 남으니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 미디어에서는 좁은 문을 통과한 사례를 미화시키고, 사람들은 자신이 그 좁은문을 통과할 거라는 자기주문의 희망고문으로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하지만 좁은문을 통과하기전의 열정이라는 이름의 노력은 좁은문을 통과한 뒤에야 모든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상당히 부당한 구조이다. 결국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스포트라이트를 거의 받지 못하는 올림픽 국가대표와 같다.


책에서 또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최근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자기개발 관련 서적에 관한 것이다. 자기개발 서적의 광풍의 이면에는 사회구조의 문제점과 맞닿아있다니 여간 씁슬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개발 담론이 완전히 무용하다고 볼 수 없다. 자기관리에 힘쓰고 경영자 마인드를 가지라는 교훈은 실제로 삶에서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메세지가 객관적인 현실을 외면한 채 "무조건 나는 잘될 거야"라는 신념을 불어넣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문제이다. 궁색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단계 판매 회사는 계속 이 달콤한 마약을 주입한다.


결국 이러한 열정노동의 문제는 개개인 보다는 노동구조에 있지만, 이 책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물론 시스템의 문제를 한권의 책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쨋든 발상의 전환과 사회현상을 시스템과 연결해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신선했던 책이었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명령

저자 : 한윤형 , 최태섭 , 김정근 지음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 2011.04.15

책소개대기업 면접부터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청춘에게 내려진 최종 명령 ‘열정 노동’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는 사회 평론가 한윤형과 칼럼니스트 최태섭, e스포츠 전문 기자 김정근이 21세기 한국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열정 노동’이라는 화두를 꺼내 분석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들은 프로게이머, 영화감독, 청년 사업가 등 스무 명의 청년들을 인터뷰하여 한국의 자본주의가 청춘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자세하게 살펴본다. 그리고 ‘너희가 원하는 일을 하니까 참아’라는 논리로 청년들의 열정을 자본주의가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 법과 제도, 인식 등 여러 방면으로 조명하고 있다.



반응형

'Culture >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마키아벨리 - 군주론  (0) 2014.02.04
(책) 역사 e  (0) 2013.11.30
보고서/공문서/기안문 작성법  (0) 2013.10.05
(책)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0) 2013.10.03
(책) 내가 알고 있는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0) 2013.09.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