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ciety/Society

[펌] 티맥스소프트의 성공과 몰락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1.
반응형
출처 : http://www.38.co.kr/html/forum/board/?o=v&code=072610&no=15507&page=1


지난해 7월 티맥스소프트(이하 티맥스)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티맥스윈도’라는 OS(운용체제) 제품을 선보였다. OS는 미들웨어, DBMS와 함께 3대 기반 소프트웨어(SW)로 꼽히는 중요 제품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마이크로스프트(MS)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국내 PC 역시 MS 윈도 제품이 99%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티맥스의 도전은 상당히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국내 언론들은 앞뒤 사정을 살펴보지도 않고 “티맥스, 골리앗에 도전하는 다윗” “티맥스, MS와 맞장뜨다” “티맥스, 국내 SW업계의 자존심”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로 도배하는데 바빴다. 이날 제품 시연회에서 ‘티맥스윈도’의 오작동 및 오류에 대한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17일 삼성SDS가 티맥스윈도의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티맥스코어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티맥스코어는 박대연 티맥스 회장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티맥스코어의 매각으로 약 1년 전 세상을 들썩였던 티맥스윈도는 빛도 보지 못한 채 영원히 묻혀버리게 됐다. 티맥스윈도가 당장이라도 MS 윈도의 엉덩이를 걷어찰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언론들은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SW) 업체인 티맥스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티맥스코어에 이어 나머지 계열사 역시 매각되거나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티맥스의 기업 수명이 다했다는데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티맥스가 설립된 것은 지난 1997년. 약 13년이라는 시간동안 티맥스는 국내 SW산업의 가능성과 한계, 명(明과) 암(暗)을 보여줬다. 그리고 최대주주의 선택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티맥스가 한때나마 국내 SW업계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박대연 회장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카이스트 교수 출신인 박 회장은 끊임없는 개발 의욕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SW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이다. 이 같은 의욕 덕분에 티맥스는 지난 2008년 순수 국내 SW개발 업체로는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국가대표 SW업체라는 한글과컴퓨터와 안철수연구소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국내 미들웨어 시장 정복은 티맥스의 가장 큰 자랑이었다. 이 시장은 그동안 IBM과 BEA(오라클에 흡수합병) 등 외국계 SW업체의 안방이나 다름없었다. 티맥스는 ‘제우스’라는 제품으로 시장점유율을 점차 늘려가더니 최근 4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티맥스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성공에 도취한 박 회장은 결정적인 악수를 수차례 두기 시작한다. 과도한 사업 확대가 첫번째다. 지난 2007년부터 티맥스는 DBMS와 OS 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미들웨어 시장을 장악했다는 판단 하에 나머지 3대 기반 SW도 장악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업검토도 없이 사업 추진이 순조로울 리가 없었다. 무턱대고 미들웨어 시장의 성공을 DBMS와 OS에서 재현한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 더욱이 DBMS와 OS에는 각각 오라클과 MS라는 두 거인이 있었다. 티맥스 같은 신생 SW업체가 이들을 뛰어넘기에는 가지고 있는 인력도, 자본도, 시간도 부족했다.

더 큰 실패는 SI사업 진출에서 일어났다. 각종 핵심 SW를 보유하고 있던 티맥스가 직접 SI사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빅3’인 삼성SDS, LG CNS, SK C&C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빅3’는 공공과 금융권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티맥스의 SW를 주로 사용해왔다. 티맥스의 급성장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티맥스의 뜻하지 않은 SI사업 진출 선언으로 이들의 암묵적인 협력관계는 종지부를 찍고 만다. 티맥스는 약 1년 후 SI사업 철회를 선언하지만 남은 것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와 ‘빅3’와의 찢겨진 신뢰뿐이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수차례 대표를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어김없이 경영진간 불화설이 흘러나왔다. 공개적인 기자간담회에서 조차 이 같은 불협화음이 포착될 정도였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전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에 불타는 박 회장은 매출 상승 추이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경영진들을 들들 볶았다.

회장과 대표 간에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데 일반 직원들이라고 별수 없었다. 박 회장은 일관되게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우리가 조금만 더 고생하면 5년 안에 MS와 오라클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단순히 의욕에만 넘쳐서 매출 1000억원 회사가 직원을 2000명씩이나 뽑았다. 그들은 주말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 일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회사가 어려워졌다며 수백명을 정리해고 했다. 지금도 티맥스 퇴직자들은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티맥스는 벤처캐피탈 업계에도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손을 벌렸다. 하지만 벤처캐피탈 업체들은 CEO 리스크가 크다며 투자를 한사코 거부했다. 벤처캐피탈 업계 한 임원의 말이다. “교수 출신인 박 회장은 지나친 아집으로 결국 회사를 무너뜨린 셈이 됐다. 적당한 시점에 일선에서 물러나 기술개발에만 전념했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티맥스가 이만큼 큰 것도 박 회장의 공이고 이렇게 몰락한 것도 박 회장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