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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Books

사피엔스

by 우프 2019.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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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와 비슷하게 긴 시간동안 인류의 성장과정을 살펴본 책이다. ⟪총,균,쇠⟫의 경우 인류의 확장과정을 중요한 몇개의 도구인 총, 균, 쇠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면, 사피엔스의 경우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주요한 3개의 혁명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중심으로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종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과학혁명으로 사피엔스는 한 단계 더 진화되어 새로운 종으로 거듭나고 사피엔스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요약은 옮긴이가 책의 맨 뒤에서 친절하게 적어주었다. 이 책을 읽은 척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이부분만 봐도 충분할 것 같다. 


작가인 유발 하라리가 TED에서 한 강연도 있는데,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엿볼 수 있다.




1부의 인지혁명에서는 몇만 년 전의 지구에는 적어도 6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고, 지금 처럼 딱 한 종의 인간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종의 범죄를 암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인간도 다른 동물들 처럼 당연히 여러 종이 있었을 것인데 그 점을 지금까지 전혀 생각치 못하고 있었다가 6종이나 있었다는 말에 살짝 충격적이었다. 이 책을 읽던 중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인류의 기원⟫의 저자 이상희 교수가 강연한 내용 역시 다양한 인간 종이 있었고, 이러한 인간 종들이 서로 섞이기도 하고 멸종하면서 현재의 인류 사피엔스가 남았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진화하며 발생한 사건들을 살펴본 1부의 내용이 가장 재미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유독 인간의 경우 신생아가 미숙하게 태어나 부모의 보살핌을 오랫동안 받아야 하는데 이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자유로워진 손에 신경이 집중되고 복잡한 도구를 쓸 수 있게 되었지만, 직립보행으로 인하여 엉덩이가 좁아야 해서 아기가 나오는 산도(질)도 좁아지게 되었다. 따라서 아기의 뇌와 머리가 상대적으로 작고 유연할 때 즉, 일찍 출산하는 여상이 더 살아남기 쉬웠고 아이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게 되었다.


또한, 수렵채집인의 확산으로 멸종의 제1의 물결, 농부들의 확산으로 멸종의 제2 물결, 산업혁명으로 멸종의 제3 물결로 이어지고 있으며,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물학의 연대기에서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육지의 대형동물들 위주로 멸종 되었지만, 바다의 대형 동물이 그 다음 차례일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3부 인류의 통합에서는 돈, 제국, 종교를 중심으로 인류가 하나의 문화로 통합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종교를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라고 정의하고, 서로 다른 인간 집단들이 사는 광대한 영역을 자신의 가호 아래 묶어두기 위해 추가적으로 보편적이면서 선교적인 특징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다신교와 일신교 (신은 하나다라는 종교)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는데, 다신교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다신교의 신을 믿는 신자 가운데 일부가 자신의 수호신을 몹시 좋아하여 자신의 신이 유일신이며 우주 최고의 권력이라 믿기 시작하면서 일신교가 생겨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일신론자들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기존의 다신론자에 비해 훨씬 더 광신적이었고 전도에 헌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난 2천년간 일신론자들이 모든 경쟁상대를 폭력으로 말살시킴으로써 자신들의 힘이 강하되었다. 현재도 전세계에서 동아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신교인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장악하고 있다.


4부 과학혁명에서 다룬 부분 중 근대 초기 동안 중국인, 인도인, 무슬림을 중심으로 과학혁명에 중요한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과학은 왜 유럽 제국주의 사이의 연대를 구축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부분이 있다. 유럽 이전에 제국 추구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추정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유럽 제국에서는 과학자와 정복자 둘 다 "저 밖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라고 무지를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로마인, 몽골인, 아즈텍인들이 탐욕스럽게 새 땅을 정복한 것은 권력과 부를 찾아서였지, 새 지식을 찾아서는 아니었다. 반면, 유럽 제국들은 새 영토 뿐만아니라 새 지식을 획득한다는 희망을 안고 먼 곳의 해변을 떠났다. 시간이 지날 수록 지식의 정복과 영토의 정복은 점점 더 긴밀하게 합쳐져 서로를 정복 영역을 확대시키는 시너지로 동작했다는 것이다.


과학혁명으로 인해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고, 이제는 자연 선택의 법칙을 깨기 시작하면서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전 세계의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개체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원래 해당 종에게 없던 특성을 부여하는 정도까지 자연선택의 법칙을 위반 중이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연구는 윤리적, 종교적 이유로 연구속도가 제한적이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다음 단계의 발전을 오랫동안 지체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수명을 무한히 연장하고, 불치병을 정복하며, 우리의 인지적 정서적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데  기술 수준이 올라옴에도 불구하고 무한정 막을 수만은 없을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생명공학의 발달이 결국에는 호모 사피엔스의 막을 내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역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우리의 유전자를 조작한다고해서 반드시 멸종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우리가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컴퓨터 기술이 뇌와 직접적인 인터페이스가 시작되는 순간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이 두꺼운 만큼 읽는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1부에서 4부까지 개인적으로는 계속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했던 것 같다. 학자들이라면 대게 자신의 전공분야만 집중으로 파는 반면에, 저자는 초기 인류부터 미래의 인류까지 엄청난 긴 시간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그 시도와 능력에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l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은이), 조현욱 (옮긴이),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11-23

원제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2015년)

책소개

재레드 다이아몬드, 대니얼 카너먼, 마크 저커버그가 격찬한 베스트셀러.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는가? 수렵채집을 하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한 곳에 모여 도시와 왕국을 건설하였는가? 인간은 왜 지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 되었는가? 과학은 모든 종교의 미래인가? 인간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 


멀고먼 인류의 시원부터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쳐 끊임없이 진화해온 인간의 역사를 다양하고 생생한 시각으로 조명한 전인미답의 문제작. 호모 사피엔스부터 인공지능까지, 역사, 사회, 생물, 종교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역사의 시간을 종횡무진 써내려간 문명 항해기. 이제 우리는 무엇을 인간이라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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