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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영화 '시크릿'이 누적 관객이 약 78만으로 8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2009년 끝자락에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흥행의 선두에 서고 있는 것이다.
다른 영화보다 시크릿을 보기로 마음을 먹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시크릿이 18세 관람가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스릴러의 장르 특성상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지 않은 영화는 결말이 싱겁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년전 윤제구감독의 각본 '세븐데이즈'를 나름 한국의 스릴러로는 재미있게 본 기억 때문에, 윤제구 감독의 2번째 작품 '시크릿'에 더 기대감이 많아지지 않았나 싶다.
흥미로운 것은 '세븐데이즈'의 가제가 'Saving My Daughter'이며, 2번째 작품인 '시크릿'의 가제는 'Saving My Wife'로 윤제구 감독의 Saving 시리즈의 2번째라고 한다. 윤제구 감독의 Saving 시리즈는 총 4편으로 다음으로 구상하는 3편의 가제는 호러영화 'Saving My Friend'이고, 4편은 SF영화 'Saving My Earth'이다. 이번 2편 '시크릿'이 흥행하게 된다면 윤제구 감독의 계속되는 시리즈 물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크릿'은 감독에게 있어서 중요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초반 부분은 매우 흥미롭게 진행된다. 살인사건의 현장에 충동한 김형사(차승원)에게 보이는 현장의 증거들이 아내(송윤아)의 귀거리, 립스틱 자국, 옷의 단추와 동일하다. 김형사는 당장의 상황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최형사를 자극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증거들을 은폐하게 된다. 영화의 초반부터 강하게 냄세를 풍기는 김형사의 와이프와 그를 숨기는 김형사, 그리고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최형사 (박원상)와 칠성파 두목 재칼 (류승용)의 팽팽한 신경전이 긴박하게 표현된다.
살인사건의 가장 강력한 용의자들을 추려낼 수있는 사건 현장 입구의 CCTV 화면을 가지고 있는 삐에로가 김형사에게 거래를 제안하면서 부터 영화는 점점 꼬이기 시작해 실타래를 풀기 힘들도록 만들고 있다. 영화의 결말로 가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삐에로의 능력이 지나치게 뛰어나다. 이 점에서 관객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 삐에로는 김형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김형사와 김형사 아내와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꽤뚫어보고 있다. 이렇게 과도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는 이번 영화뿐만 아니라 '세븐데이즈'에서도 존재한 문제점이였던 것 같다. '세븐데이즈'의 경우 김미숙이 맡은 역이 가녀린?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완력이 요구되는 일들을 소화하고 김윤진이 맡은 변호사가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하는 지 모든 것을 아는 캐릭터로 나왔었다. 이처럼 과도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도입하는 것은 결국 결말에서 감독이 쉽게 실타래를 풀기위해서 도입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게 되어 결국은 영화를 억지스러운 영화로 한단계 수준을 추락 시킨다.
영화에서 주요한 사건의 발단은 김형사의 와이프인 지연(송윤아)가 재칼의 동생을 사건 당일에 만났고, 재칼의 동생이 변사체로 발견됨으로써 송윤아가 가장 강력한 살인용의자로 의심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영화 상으로는 송윤아가 사건 당일 재칼의 동생을 만나야 하는 이유가 거의 없다. 억지로 몇가지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사건 당일 송윤아가 외출 전 당당하게 보이고 싶어서 화려한 옷과 립스틱 등을 준비한 것은 재칼의 동생에게 당당하게 보이기위함 보다는 차승원의 내연녀에게 당당히 보이고 싶어서 였다. 따라서 영화가 매끈하게 흘러가려면 송윤아가 차승원에게 말은 못하지만 왜 재칼의 동생을 하필이면 그 사건이 일어나는 날 만났는 지에 대한 언급은 있었어야 했다.
대부분의 스릴러의 경우 영화 초반의 몇 컷이 가장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초반 장면 중 병원에서 급히 호송되어 수술 받기 직전의 인물이 차승원을 보고 차승원의 인적사항을 말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 초반에 나왔던 만큼 이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가 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이 남자의 존재는 사진 한 컷으로만 설명을 하려고 한다. 단순히 이 남자가 청부살인자라면 굳이 영화 초반 어떤 사고인지 모르나 병원으로 호송되고 하필이면 차승원을 만난다는 장면을 넣은 것은 너무나 작위적이다. 아무리 스릴러가 아슬아슬한 만남과 그를 통한 추리로 풀어나간다고 하지만 생뚱맞은 만남은 오히려 영화를 싸구려로 만드는 요인인 듯하다.
영화 후반부 차승원은 자신의 와이프를 구하기 위하여 몸소 재칼의 아지트에 혼자 가게 된다. 모종의 거래 후 재칼은 차승원을 죽일만한 이유가 그리 크게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차승원을 죽이려고 한다. 재칼은 거래로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얻었다. 더군다나 상대가 경찰인 만큼 총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지만 다소 부하들이 죽더라도 김형사를 죽이려는 강수를 두는데 이러기 위해서는 재칼이 차승원을 평소에도 죽이고 싶은 만큼의 원한이 충분히 깔려져 있어야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바탕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관객들이 다 자리를 뜰려고 폼잡을 때 영화는 다시 시작된다. 다시 시작되는 영화의 타이밍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대로 영화 끝내면, 관객 너희들 영화가 뭐 이렇냐고 욕할려고 했지" 뭐 이정도 되겠다. 나름대로 친절하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는 풀리지 않았던 몇가지를 가르쳐 주지만, 여기서도 의문점이 남는다. 재칼이 차승원을 죽이려고 하는 북새통에서 범인이 과연 재칼의 물건을 어떻게 훔쳤냐는 것이다. 당시 재칼이 차승원의 넘긴 물건을 일단 받고 보관한 뒤에 차승원은 부하를 시켜 죽이려고 했으며, 마지막엔 경찰까지 출동했기에 범인이 재칼의 물건을 빼돌릴 수 있었다는 점은 쉬 납득하기 힘들다.
영화는 초반의 흥미로운 설정으로 많은 궁금점을 자아내게 했지만, 그 궁금점을 해소는 과정에서는 너무나 미흡했다고 생각된다. 특히 윤재구감독이 각본한 첫번째 작품 '세븐데이즈'에서와 같이 과도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에 의해 영화가 결론에 다다랐을 때 허무해지는 점이 가장 아쉽다. 또한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110분 정도로 짧은 편인데, 러닝 타임을 10분정도 늘리더라도 관객에게 더 친철해 졌으면 좋겠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형 스릴러로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영화가 '범죄의 재구성'이 아닌가 싶다. '범죄의 재구성'의 경우 러닝타임이 116분인데 이 시간안에 결론에 이르러서 모든 사건의 과정이 명확하게 관객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더욱 각광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영화를 보고 하고싶은 말은 "일을 벌려놓고 확실히 수습하지 못할 것이라면 수습할 만큼만 일을 벌려놓자"이다. 일만 많이 벌려놓고 억지로 그것을 수습하려고 하기에는 한국관객의 수준은 이미 높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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