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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Books

강신주의 다상담2 일. 정치, 쫄지마 편

by 우프 2019.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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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아이들이 커서 보지 않는 책들을 팔고, TV강연 프로그램에서 재미있게 들었던 강신주의 책 중 하나를 골랐다. 이 책은 강신주의 다상담 1, 2, 3편으로 구성된 것으로 딴지일보의 '벙커1'에서 열린 <강신주의 다상담>이라는 상담회?에서 나누었던 상담을 정리해서 엮은 책이다. 그래서 책 내용도 상담하는 사람이 고민을 말하면, 강신주가 답변하는 순으로 되어있다. 

첫번째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예술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직업이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일자체가 행복한 경우는 거의 불가능함을 주지시키고 있다. 일자체가 행복을 줄 수 없으니 일은 하되 직장은 스끼다시라는 마음가짐으로 직장에서의 에너지는 최소한으로 아껴두었다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들과 시간보내며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라 이런 내용의 상담을 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더 적나라하게 일과 직장, 자본주의를 까는 내용들이 많지만 이 정도가 정말로 강신주가 하고 싶은 말이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강신주가 상담하는 것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긴 하지만, 요근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 불만인 아내가 떠올라 동감가는 부분도 제법 있었다. 좋은 연구도 하고 싶고 좋은 논문도 쓰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강신주가 이야기한 것처럼 하면 아마도 이룰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에 실천은 요원하다. 

정치편에서는 크게 특별한 것은 없는데, 그나마 김지하 같은 소위 말하는 진보지식인으로 추앙받다 보수로 전환한 사람들에 대해서 계몽적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독재정권 하에서 부르주아 인문주의교육을 받았던 김지하의 눈에 독재자는 야만에 지나지 않고, 독재자를 숭배하는 민중들은 몽매한 것으로 비춰졌기때문에, 시를 써서 독재자의 야만성을 폭로하고 동시에 민중을 계몽하려고 했던 것일 뿐이었다 말한다. 독재가 물러난 뒤 김지하는 민중과 노동자들의 입장이 아닌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보수로 보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더욱 쉽게 '왕정/부르주아/민중'이라는 프레임에서 부르주아는 진보이지만, 왕정이 물러난 후 '부르주아/민중'의 프레임에서 부르주아는 보수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쫄지 마 편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한마디로 "뻔뻔해라!"라고 요약할 수 있다. 쫀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하여 두렵거나 무섭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그 대상에 대해 잘알기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무식하면 용감해지겠지만, 알고 있는 것을 잊어버릴 수는 없고 대신 뻔뻔해지라라고 주문하고 있다. 당당함은 현실적인 힘이 생겼을 때 가능한 것이고 그 전까지는 뻔뻔해지라고 한다. 즉, '쪼는 나' → '뻔뻔한 나' → '당당한 나'의 순서로 성장해야 하고, 당당해질 때까지 무모함이나 순박함이 아니라 뻔뻔해지도록 노력해야한다고 한다. 실천강령으로 '우아하게 거짓말하기'와 '기꺼이 욕먹기'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우아하게 거짓말하기는 약자에게 유독 강조되는 것이 근면, 성실, 정직, 진실 등의 키워드인 반면 강자만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얼굴빨개지면서 그러지말고 능수능란하게 거짓말하여 강자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라고 하고 있다. 두번째 기꺼이 욕먹기의 경우는 한마디로 잘못같은 거 신경쓰지말고 누가 나한테 욕을 하거나 뭐라하더라도 그것에 쿨해지라는 의미이다. 쿨해지면 세상에 쫄지않기 때문이다.

강신주의 상담 내용이 전반적으로 쿨하게 행동하라는 의미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쿨해지려면 가진 것이 많아 뭐하나를 놓치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나 가능하기 때문에 진정하게 쿨하다라는게 있을까 생각했지만, 강신주는 내가 크게 가진 것이 없더라도 주변의 시선에 연연하지 말고 쿨하게 뻔뻔하게 행동해야 주변의 여러상황에 쫄지않고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는 것 같다.

한 때 쿨하게 살기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 동감가는 이야기도 많지만, 현재 쿨함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다시 쿨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 보아야겠다. 


강신주의 다상담 2 일. 정치, 쫄지마

강신주 저 | 동녘 | 2013년 07월 31일

책소개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강신주의 돌직구 상담. 사람들이 그동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으로 앓아왔던 삶의 수많은 고민들이 있다. 이에 철학자 강신주는 폐부를 찌르는 돌직구와 인문학을 종횡무진하며 찾아낸 번뜩이는 삶의 기준으로 당당한 내가 되라고 뼈와 피가 되는 이야기를 되돌려 준다. 

2권 일 편에서는 일은 하기 싫은데 돈은 필요한 사람부터, 일에 대한 열정이 식어 걱정인 사람, 회사에 일이 없어 다른 직장을 구할까 고민인 사람까지. 일을 둘러싼 고민들과 상담을 들을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일을 얼마나 폄하해 왔는지, 우리에게 일과 노동은 무엇인지, 향유하는 시간을 극대화하고 자본의 명령에 따라 노동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깨알 같은 저항의 방법들이 담겨 있다. 

정치 편에서는 할아버지들이 왜 정치에 그토록 관심이 많은지, 진보적이던 정치인이 왜 갑자기 보수 정당에 입당하는지, 종북이란 무엇인지 정치를 둘러싼 첨예하고 심각한 논의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진보와 보수는 무엇인지, 지금 우리가 정치의 영역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 그리고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은 어떤 것인지를 담았다. 

쫄지 마 편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에 쫄고,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쫄고, 눈치 보느라 쫄고, 평판에 쫄고, 돈에 쪼는 사람들의 고민에 답한다. 그는 우아하게 거짓말하고 기꺼이 욕을 들으라는 두 가지 실천 강령을 제시한다.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하지 말고, 뻔뻔하라고 이야기한다. 그 다음에 우리는 당당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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