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Books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by 우프 2019. 6. 19.
반응형

보통 철학이라고 하면 고지식하고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이라 생각한다. 나도 물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철학을 삶을 무기로 삼는다고 하는 책 제목을 보고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아마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한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하여 책 제목을 짓고 책 내용을 구성하지 않았나 싶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시카고 대학교 총장이었던 로버트 허친스의 말을 빌어 철학의 중요성을 밝히며 책을 시작한다.


● 교양없는 전문가야 말로 우리의 문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이다.

● 전문 능력이 있다고 해서 교양이 없거나 매사에 무지해도 되는 것일까?


철학이 어떤 도움을 준다기 보다는 철학을 배우지 않고 사회적 지위만 얻는다면 문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가 된다는 말이다. 최근 일련의 재벌 2~3세의 문제들 (땅콩회항, 운전기사 및 가정부에 대한 폭언 등)로 불리는 오너리스크가 바로 이러한 위험한 존재를 의미하는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러한 오너리스크의 경우 전문적인 지위를 재벌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얻은 것이 더 큰 문제가 있긴하지만, 기본적인 소양과 교양이 없이 자신의 독점적인 지위를 과도하게 유용하다 전체 조직의 존립을 위협하니 바로 로버트 허친스가 말하는 위험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이 책이 재미있는 요소 중하나가 철학자들의 논리를 시간에 따라 하나씩 살펴보기 보다는 '사람, 조직, 사회, 사고'라는 4가지의 핵심 컨셉과 관련된 다양한 의문과 이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하나씩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인 야마구치 슈가 경영·인사 컬성팅 기업의 시니어 파트너라 그런지 기업의 문제에 대해 다루는 내용이 제법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 의례 연말마다 인사평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성취감 저하를 일으킨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 문제에 대해 에드워드 데시의 '촛불문제'를 실험결과를 이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대가를 약속하면 피험자의 성과가 저하되고, 예상 가능한 정신 측면에서의 손실을 최소한도로 억제하거나 또는 성과급이 기대되는 행동만을 하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도출하였다. 즉, 대부분의 직종에서 이루어지는 성과급 정책이 큰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직의 창조성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추가적으로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으며,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하거나 채찍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면 성과급이 아니라 직업의 안정성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 같다.


다음으로 리언 페스팅어의 인지 부조화 이론를 바탕으로 6.25전쟁 당시 포로가된 미군 병사들이 단기간 내 공산주의에 세뇌당하는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보통 누군가의 사상과 신조, 또는 이데올로기를 바꿀 때 논리적인 반박이나 고문 같은 물리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중국은 포로가 된 미군에게 '공산주의에도 좋은 점은 있다.'는 간단한 메모를 적게하고 그 포상으로 담배나 과자 같은 아주 사소한 것을 주는 것만으로 쉽게 세뇌가 되었다고 한다. 미군이 포로가 된 후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메모를 적고 이에 호화로운 포상을 받았다면 스스로가 어쩔 수 없이 메모를 적었다는 명분이 성립하지만, 오히려 사소한 포상을 받고는 자신의 사상과 신조에 반하는 메모를 적었다는 심리적 압박인 인지 부조화가 발생한다. 이러한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공산주는 적이긴 하지만 몇 가지 좋은 점도 있다고 수정함으로써 점차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게 된다고 한다. 이 파트는 정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써먹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힘든 고난 속에도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공정한 세상 가설'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 공정한 세상 가설만 보면 '뭐가 어때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공정한 세상 가설이 맞다면, 성공한 사람은 성공할 만큼의 노력을 해온 사람이고, 불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은 그런 일을 당할만한 원인이 당사자에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는 약자 박해, 인종 학살 등이 제대로 된 이유없이 정당화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또한,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은 노력을 열심히 하다보면 성공한다는 주장은 프린스턴 대학교의 맥나마라 교수팀의 메타분석을 통해 "연습이 기량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기술이나 능력 분야에 따라 다르며 기능 습득에 필요한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라고 결론을 내려졌다.


전반적으로 심각하지 않게 다양한 철학자들의 논리로 일상생활의 의문점들을 하나씩 살펴볼 수 있는 꽤 재미있는 책이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저/김윤경 역 | 다산초당 | 2019년 01월 22일 | 원서 : 武器になる哲學 人生を生き拔くための哲學


책소개

일본 아마존 인문·교양 베스트셀러 

일상의 고민부터 비즈니스 전략까지,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철학적 사고법


“철학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삶과 비즈니스 현장에서 철학적으로 생각하고 답을 도출하는 법을 알려 주는 실용 철학서.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 기업 콘페리헤이그룹의 시니어 파트너인 저자는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를 공부한 ‘문사철’ 출신이다. 경영에 관한 정식 교육은 한 번도 받지 않았지만 컨설턴트로서 경영 전반에 걸친 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 눈앞의 상황을 철학이나 심리학, 경제학 개념에 맞춰 생각하면 언제나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철학이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학문이라는 말을 강하게 부정하는 저자는 사람들이 철학을 쓸모없다고 여기는 이유가 철학과 비즈니스를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오히려 그는 본질을 꿰뚫고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철학적 사고법이야말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라고 말한다. 그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50가지 철학·사상을 담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철학의 쓸모를 새롭게 조명하는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철학 사용 설명서다.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컨설턴트답게 저자는 난해하거나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빼고, 바로 지금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그 해결책에 주목한다.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자 할 때는 프레드리히 니체의 ‘르상티망’을 사용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가 힘들 때는 에드문트 후설의 ‘에포케’를 처방하는 등 일과 삶의 모든 과제를 철학으로 해결한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철학 개념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일상의 고민에서 비즈니스 전략까지 삶의 모든 부분에서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철학적 사고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