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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Books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by 우프 202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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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쉽게 읽으려고 고른 책이었는데 예상대로 머리식힐겸 슬렁슬렁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인류가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은 옥수수, 밀, 벼, 감자, 대두 순이라고 한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로 인류가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인 옥수수, 밀, 벼, 감자, 대두를 비롯한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튤립과 관련된 역사를 다루고 있다.

책 소개에서는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것은 후추가 아닌 감자이다. 감자가 유럽에 처음 소개된 당시에는 감자가 꽃이 지고 난 다음 열리는 열매가 아니라 땅속 덩이뿌리라는 점 때문에 당시 유럽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요즘에야 교과서에 배우듯이 감자 싹이나 초록색으로 변한 부분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성분이 있어 먹으면 안된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당시 유럽인들은 여타 과일이나 야채처럼 초록색 부분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감자를 먹다 식중독에 걸리거나 죽는 경우도 발생하여 감자와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중세유럽에서 감자가 종교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까지 했다. 기독교적 사상으로는 모든 생물이 암수의 조화로 자손을 남기는데 감자는 덩이 줄기만으로 번식하여 매우 불손하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감자 모양도 이상한데 먹다가 툭하면 식중독에도 걸리고 하니 그렇게 판단했을 법도 하다. 

감자를 보급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감자가 척박한 환경에도 잘 자라기에 기근을 해결할 수 있는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악마의 식물'이라는 인식으로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다 18세기 프로이센(독일) 국왕 프리드리히 2세가 "앞으로 이 나라에서는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고 공고함으로써 서민들이 감자를 먹어보고 싶도록하여 감자 보급을 유럽에서 먼저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이후 루이16세도 감자 보급을 위해 프리드리히 2세와 비슷하게 국영농장에 감자를 기르게 하고 파수꾼을 보내 서민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방법으로 보급시켰다. 

감자는 기근을 해결했을 뿐만아니라 대교역시대 오랜기간 항해하는 선원들이 비타민C가 부족으로 괴혈병으로 대부분 죽었는데, 감자가 보급된 후 감자로 비타민C 공급이 가능하여 괴혈병이 크게 줄이는데 기여했다. 

감자와 관련된 또 다른 에피소드로 아일랜드에서 단일 품종의 감자만 재배하다 감자역병으로 대기근이 발생하자 400만명에 달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대기근으로 인한 미국으로의 이주민의 후손들이 미국에서 대통령으로 배출되었다. 대표적인 인물로 J.F.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등 이다. (뉴스를 찾아보니 오바마 대통령의 외가 쪽이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설이 있다고 한다.) 또한 디즈니랜드를 만든 월트 디즈니와 맥도날드의 창업자인 맥도날드 형제 역시 아일랜드라고 하니... 과연 세계사를 바꾼 식물의 첫번째이긴 하다.

후추 때문에 콜럼버스가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이다. 후추는 향신료라 알려져 있는데 즉, 없어도 못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뭐 때문에 후추 찾는데 그렇게 혈안이 되었나 했더니, 후추의 기능 (후추로 인하여 육류를 겨울에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되었음)보다는 후추가 구하기 힘든 사치품으로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었다. 후추 원산지가 인도 남부지방이고 열대지역에서만 주로 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유럽지역에서 키울 수가 없는데다 유럽에서 워낙에 멀다보니 유통비 때문에 금값보다 더 많이 나갔던 것이다. 심지어 후추 공급의 경쟁때문에 너무나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자 네덜란드에서 동인도회사라는 단일 창구를 만들기까지 했다니 후추라는 사치품의 위력이 대단하긴 했던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후추가 영어로 Pepper인데, 고추와 피망은 후추와 전혀 다른데도 Red Pepper (또는 Hot pepper)와 Sweet Peper로 불린 이유도 콜럼버스가 후추를 찾아 나서서 아메리카 대륙에서 그나마 매운맛을 내는 것이 바로 고추였기 때문에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후추와 같은 적당히 알싸한 매운맛이 아닌 너무 매운맛으로 유럽에서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다가 유럽을 통하여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전달되었는데, 더운 날씨의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이 고추의 매운맛이 음식 보존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처음 보급된 유럽보다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더많이 사용되었다니 이 역시 재미있는 점이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식물은 노란콩... 대두이다. 대두의 영어이름인 소이빈 (Soybean)은 간장을 의미하는 Soy와 콩 bean이 합쳐진말로 '간장을 담그는 콩'이라는 뜻이다. 쌀이 주식인 아시아에서 주로 콩과 관련된 식품이 많은 이유가 쌀이 탄수화물이 주인 반면, 대두는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해서 쌀과 대두를 조합하면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대두의 원산지가 중국이지만 현재 대두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아시아가 아닌 미국과 브라질로 전 세계 대두 생산량의 85%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차지한다고 한다. 애초 아메리카 대륙에서 옥수수가 주로 생산되었고, 옥수수가 공급과잉이 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옥수수밭을 규제하다 보니 규제대상이 아닌 대두가 심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1930년대 가뭄으로 옥수수는 큰 타격에 입은 것에 비해 대두는 상대적으로 가뭄의 영향을 덜 받다보니, 이후 대두의 생산량이 급격히 높아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옥수수나 대두가 미국에서는 주로 식용이 아닌 가축의 먹이로 사용된다고 한다. 소는 옥수수, 대두를 먹고, 사람은 소를 먹기 위해 또 옥수수와 대두를 키우는 격이다.

관심만 있다면 위키피디아에서 쭉 클릭만해도 알 수 있는 내용일 것 같긴하지만,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 저/서수지 역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08월 08일 | 원서 : 世界史を大きく動かした植物

책소개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

후추를 향한 ‘검은 욕망’이 오늘의 세계지도를 만들었다!

모든 것은 ‘후추’에서 비롯되었다. 아니, 같은 무게의 순금과 맞먹는 가격에 거래될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녔던 검은색 향신료 후추를 손에 넣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싶었던 개인과 국가의 들끓는 욕망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도, 바스쿠 다가마의 위대한 항해도,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최초 세계 일주 탐험도 ‘후추’가 발단이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항해시대를 활짝 열고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건설한 것도, 그 후 미국이 영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계 유일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승승장구한 것도 모두 후추가 원인이었다. 

식물이 세계사를 바꿨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사실이다. 인류가 수렵,채집에 의존해 살아가던 시절 우연히 발견한 돌연변이 밀 씨앗. 그 작은 한 톨이 농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인류를 생존하고 번성하게 했다. 부와 권력, 빈부 격차와 계급을 만들어냈다. 문명을 태동시켰고 국가 생성과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표면상 움직이지 않는 식물이 열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추동하며 만들어낸 인류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과 뛰어난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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